2023 트라이보울 기획전시 <판타지 아일랜드-미지와 상상의 조우>
※ 트라이보울 전시 관람 시간
평일&주말: 오후 1시 - 오후 5시 30분 (오후 5시 10분 입장 마감)
매주 월요일 휴관
※ 본 전시는 무료입니다.
※ 전시 관람 시 전시관람 에티켓을 준수해주시기 바랍니다.
- 트라이보울 주차공간이 매우 협소하오니 대중교통 또는 인근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주차장(무료), 센트럴파크의 공영주차장(유료)을 이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개글
“판타지 아일랜드”-미지와 상상의 조우
Islands
인천은 섬의 도시이다. 인천에는 총 168개의 섬이 있으며, 그중 40개에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 강화도는 조선 시대에 수많은 외세의 침략을 막아낸 역사적 공간이며, 영종도는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국제적인 항공·물류·관광의 허브 역할을 한다. 또한, 백령도는 북방한계선(NLL) 인근에 있는 접경지역으로, 천주교의 성지로도 유명하다. 인천의 섬들은 각각 다른 역사와 문화, 자연과 산업을 생산하며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일반적으로 섬은 바다로 둘러싸인 땅으로 대륙보다 작고 암초보다는 큰 것을 말한다. 사람이 살 수 없거나 살지 않는 섬은 무인도라고 하고, 적당히 큰 섬은 도(島, island), 작은 섬을 서(嶼, islet)라 하여 이를 통칭하여 도서(島嶼)라 한다. 또한, 섬이 많으면 제도 또는 군도라고 부른다.
섬은 인간의 삶과 문화에 영향을 미치는 공간이기도 하다. 섬에 사는 사람들은 자연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섬의 특성에 따라 다양한 문화와 전통을 형성한다. 섬은 인간의 상상력과 창조력을 자극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섬은 고립과 자유, 탐험과 모험, 신비와 환상의 대상으로 수많은 예술가와 작가들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어왔다. 때론 자유와 평화, 아름다움과 순수함의 긍정적 가치를, 때론 고립과 외로움, 죽음과 파멸처럼 부정의 가치를 상징하기도 하여 인간의 가치와 철학을 생산, 교류하는 메타 공간이기도 하다. 또한 섬에는 다수의 생명체들의 살고 죽는 이야기가 있다. 다종의 삶과 죽음이 만들어내는 기묘한 이야기가 창발하는 공간, 바로 섬이다.
Fantasy Island
이 전시의 주제는 환상의 섬이다. 환상의 섬은 아직 발견하지 못한 미지의 세계이자, 자유롭게 상상 가능한 세계이다. 미지와 상상의 경계에 존재하며, 인간은 그 경계를 넘나들며 수많은 환상의 섬을 탐험해왔다. 플라톤에게 환상의 섬은 이데아계였으며, 비트겐슈타인에게 언어는 환상의 섬에 이르는 방법이었다.
플라톤은 현상 세계를 초월한 이상적인 세계로서의 이데아론을 상상하였다. 이데아계에는 모든 것의 본질과 근원인 이데아들이 존재하며, 우리가 현실에서 보는 것들은 그저 이데아들의 그림자에 불과하다. 플라톤은 동굴의 비유를 들어 현상 세계와 이데아계 사이의 차이를 설명하였다. 동굴에 속박된 사람들은 벽에 비친 그림자만을 보고 실체라고 믿지만, 그것은 가짜 허상에 불과하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현실에서 보는 것들은 이데아계에서 비친 그림자에 지나지 않으며, 오로지 인간의 이성으로만 이데아에 접근할 수 있다. 따라서 플라톤에게 환상의 섬은 현상 세계와는 다른 이상적인 세계로서의 이데아론이었다.
한편 비트겐슈타인(Ludwig Wittgenstein)에게 환상의 섬은 언어와 현실 사이의 간극을 극복하려는 시도였다. 비트겐슈타인은 언어가 현실을 완벽하게 표현할 수 없으며, 언어를 통해 현실을 이해하려면 언어의 한계를 인식하고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언어는 세계의 모습을 재현하고 반영하는 것으로 언어와 현실 사이에는 논리적인 대응 관계를 이룬다. 언어는 명제들로 구성된 반면, 세계는 사태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명제들과 사태들은 각각 서로 대응한다. 예를 들어, '눈이 내린다.’라는 명제는 ‘눈이 내리는’ 사태와 대응한다. 이처럼 언어와 세계의 논리적 구조는 동일하며, 언어는 세계를 그림처럼 기술함으로써 의미가 있다. 그러나 그림 이론에서 명제에 대응하는 '사태’는 '사실’이 아니라 사실이 될 수 있는 논리적 가능성을 의미한다. 따라서 언어를 구성하는 명제들은 사실적 그림이 아니라 논리적 그림이다. 사태가 실제로 일어나서 사실이 되면 그것을 기술하는 명제는 참이 되지만, 사태가 실제로 일어나지 않으면 그 명제는 거짓이 된다. 어떤 명제가 '의미 있는 명제’가 되기 위해서는 그 명제가 실재하는 대상이나 사태에 대해 언급해야 하며, 그것에 대해서는 참, 거짓을 따질 수 있다. 만약 어떤 명제가 실재하지 않는 대상이나 사태에 대해 언급하면 그것은 '의미 없는 명제’가 되며, 그것에 대해 참, 거짓을 따질 수 없다. 따라서 경험적 세계에 대해 언급하는 명제만이 의미 있는 것이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비트겐슈타인은 기존의 철학자들이 다루었던 신, 영혼, 형이상학적 주체, 윤리적 가치 등과 관련된 논의가 의미 없는 말들에 불과하다고 보았다. 왜냐하면, 그 말들이 가리키는 대상이 세계 속에 존재하지 않는, 즉 경험할 수 없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형이상학적 문제와 관련된 명제나 질문들은 의미가 없는 말들이다. 그러한 문제는 우리의 삶을 통해 끊임없이 드러나는 신비한 것들이지만 이에 대해 말로 답변하거나 설명할 수는 없다. 그래서 비트겐슈타인은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라고 말하였다. 비트겐슈타인에게 환상의 섬은 언어와 현실 사이에 존재하는 공간이 아니라, 언어와 현실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을 채우려는 인간의 노력과 상상력의 산물이다.
Beyond Fantasy
도나 해러웨이(Donna Jeanne Haraway)는 '사이보그를 위한 선언문'(Cyborg Manifesto, 1985)을 발표하고, 사이보그를 차별 사회를 극복하는 사회정치적 상징으로 제시했다. 이를 계기로 사이보그는 공상 과학의 세계에서 벗어나 현실적 존재로 부각되기 시작한다. 그는 인간과 동물, 기계의 융합으로 이루어진 사이보그라는 은유를 통해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를 재구성하고자 하였다. 인간과 비인간은 고정된 본질이나 정체성을 가진 것이 아니라, 상호작용과 연결에 의해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생성되는 것이다.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를 흐리고, 이분법적 구조와 차별을 극복하는 것은 다양한 존재들이 공존하고 공생하는 기술이다.
‘사이보그 선언에 따르면, 인간의 정체성을 기계와 유기체, 동물과 식물, 문화와 자연 등의 혼성화된 존재로 정의한다. 인간은 자신의 몸이나 환경을 기술이나 생물 등의 다른 요소들과 결합하고 변형함으로써 새로운 형태와 기능을 가질 수 있다. 장애인은 보조기구나 의족 등의 기술을 통해 자신의 몸을 보완하거나 확장하고, 농부는 작물이나 가축 등의 생물과 상호작용하며 자신의 농업을 수행하는 것 외에도 자신의 농업을 단순한 경제활동이 아니라 생태적인 문화 활동으로 인식할 수 있다. 예술가는 컴퓨터나 카메라 등의 미디어를 통해 표현과 창작을 확장하는 것 외에도 사회적인 대화로 인식할 수 있다. 또 자신의 몸이나 환경을 기술이나 생물 등의 다른 요소들과 연결하고 변형함으로써 새로운 형태와 기능, 의미와 가치를 가지는 개체로 확장할 수 있다. 인간과 비인간들과의 반응과 책임을 통해 구성하고 발전시키는 유동적이고 관계적인 정체성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이번 국제미술공동체 네트워크에서 제시하는 ‘환상의 섬’은 트라이보울 공간을 하나의 섬으로 상정하여 미지와 상상의 경계를 허물고 관람객에게 새로운 시선과 감각을 제공하고자 한다. 환상의 섬은 SF적 상상력을 통해 현실에 존재하고있는 것을 다른 관점으로 보고 다른 의미로 연결하는 일종의 스토리텔링의 구현이다. 이 전시는 이데아로부터 사이보그에 이르기까지 인간과 비인간의 모든 요소가 공생, 공존하는 다종 공동체로써 다양성과 조화를 추구하는 ‘환상의 섬’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 탈(국제미술공동체 네트워크 예술감독)
참여작가
Andrew LAM, 배수영, 최은동, Ecem Dilan Köse, Genco Gülan, 이재형, 인세인박, ISHII JUNICHIRO,
jiandyin in collaboration with Baan Noorg Collaborative Arts and Culture, KARKI AMRIT BAHADUR,
김유석, 김연, 오태원, 성능경, 심영철, 육근병, 윤영화, 윤진섭
